▲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오징어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전 부산 감천항 국제수산물도매시장 부산수산물공판장에서 오징어 경매를 하고 있는 모습. 어획량 감소를 말해주듯 위판장이 여유 있는 모습이다. 부산수산물공판장 제공
"중도매인 30년 만에 이렇게 높은 가격은 처음입니다."
끝 모르고 치솟는 오징어 가격 때문에 오징어가 아니라 '금징어'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오징어 가공업체들은 단가를 못 맞춰 아예 업종을 전환하는가 하면, 짜장면, 짬뽕 등 서민 밥상 메뉴에서 오징어가 실종된 지도 오래다. 학교 급식에서도 오징어는 단골 식자재였지만 요즘은 구경하기도 힘들어졌다.
저수온·중국 불법조업 탓
어획량 예년 3분의 1 수준
㎏당 위판가 5087원 급등
비축량 소진 '품귀' 장기화
가공업체·식탁 '직격탄'20일 부산수산물공판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공판장에 위판된 오징어의 ㎏당 평균 가격은 5087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심지어 21일에는 ㎏당 위판가가 5725원까지 올랐다. 원양 오징어 생산이 저조하고 국내 오징어가 거의 나지 않았던 지난 5월에도 오징어 가격이 급등한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 중도매인은 "중도매인 30년 만에 이런 비싼 가격은 처음"이라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오징어 품귀 현상이 빚어져 국내에 오징어가 풀려도 나오는 족족 일본 등지로 팔려나가 국내 물량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 때문에 오징어를 말리는 덕장이나 오징어 가공업체들은 아예 업을 중단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오징어 가격 급등은 국내산 오징어의 생산 저하와도 관련이 깊다. 부산수산물공판장에서 거래된 오징어의 양의 경우 10월의 평균 물량은 7000~1만 1000t가량이었으나 올해 10월은 3500여t으로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오징어의 국내 생산 급감은 지난달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불법 조업도 영향을 미쳤지만 급작스럽게 내려간 수온의 영향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중진 연구사는 "올해 강원도 연근해를 중심으로 동해 한류 세력이 강화되면서 평년보다 수온이 2도 정도 낮은 저수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오징어 채낚기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어 오징어 조업 척수도 줄고, 생산량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 10~11월은 오징어가 산란을 위해 남하하는 시기인데 연근해 쪽의 수온이 낮다보니 좀 더 먼바다 쪽으로 돌아서 회유해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오징어 품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오징어 품귀 현상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겨울 원양산 오징어 생산이 급감하면서 이후 오징어가가 치솟는 바람에 이미 비축량을 다 소진해버렸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올해 10월께부터 본격 오징어 생산 시즌에 접어들면 수급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해 지난 추석 즈음, 지난해까지 수매한 오징어를 전량 방출해버린 상태"라면서 "대책을 강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출처 : 이현정 기자, 역대 최고가 오징어 "金징어라 불러주세요, 부산일보 14면 ,2016.11.23